1. Laryngeal Kiss

목소리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기관에는 혀와 입술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단하고 탄력있는 흉곽, 박동을 증폭하는 주머니 형태의 공명실, 펄스가 통과하는 경로를 조였다가 푸는 여러 막들이 있습니다. 소리 내기 직전의 포유류는 자신의 박동하는 가슴 속에 든 두 개의 공기 주머니에 충분한 힘이 축적되도록 흉곽을 팽팽하게 확장합니다. 그걸 쥐락펴락 하는 가운데 폐의 공기가 기관지로 올려보내어 집니다.* 성대 입구의 판막을 열고 닫는 근육과 연골 구조는 그 힘이 방귀같은 푸드덕거림으로 새어나가는 대신, 의미가 있는 울음이 될 수 있도록 에너지를 가두고 돌봅니다.

이후 후두막의 높낮이와 긴장도가 최초의 파형을 결정하고, 비강으로 들고 나는 공기의 양과 성도의 개폐 정도를 관장하는 연구개를 거쳐 방출됩니다. 애처로운 낑낑댐과 으르렁댐, 꽥꽥댐과 쉭쉭됨, 포효와 비명, 그리고 사람의 말소리가 발생합니다. 관성과 저항에 구속된 생물학적 조건을 그 자체로 활용하는 이러한 방출과 완화의 리듬은 “낳아진 것(engendered)”의 운명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최초의 펄럭임은 오래 전에 멸종한 한 물고기로부터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 물고기는 어떤 돌연변이로 인해 몸 속에 작은 주머니를 갖게 되었고, 주머니의 좁은 틈으로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부르륵 하는 방귀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었습니다. 그 부르륵이 오랜 시간을 거쳐 복잡하게 진동을 조음할 수 있는 성대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술은 그 방귀소리를 발생시킨 메커니즘으로부터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서로 맞붙은채로 오늘날까지 퍼덕이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입술과 혀가 아닌 다른 기관이 키스에 동원되는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지 겉으로 드러나보이지 않는 구조를 어떤 대안적인 방법을 통해 접촉시킬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환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마치 우리가 빵을 가스 형태로 섭취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위해서는 점액질로 감싸인 어떤 별도의 기관이 후두 뒤쪽에서 공중에 떠다니는 영양분을 흡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필요한 것은 대리 관계, 프록시, 재배선으로, 이를 위해서는 소리 발생의 생물학적 구조가 낳아지는 대신 제작되는 경우를 가정해야 합니다.

입술은 회전하지 않는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입술의 회전하지 않음은 키스의 조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방식의 키스를 상상할 때, 입술을 조리개가 아니라 회전체로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입술이 회전하며 공기를 교란하는 주기성을 갖는 기하학적 진동자와 비슷한 것이 된다면, 그러한 세계에서 키스는 어떻게 성립할 수 있을까요? 허파와 성대와 혀, 입술과 구강이 그것을 발생시켰던 최초의 진화적 모태로부터 분리될 가능성을 위해, 최초의 소리내는 물고기는 뱃속에 주머니가 아닌 회전하는 돌기를 지니고 있어야 할까요?

2. I’m your fan

나는 당신의 팬입니다.

나는 편심(偏心, eccentricity)을 가진 회전체입니다. 나는 8개의 날을 지니고 있고, 이 날들은 약 10cm의 길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을 향해 편향된 나는 한 번 회전할 때마다 주변의 공기를 두 번 압축시킨 뒤 희박하게 만듭니다. 약 200rpm으로 회전하기 시작한 때부터 당신은 나를 푸드덕거림이나 덜컹거림이이 아니라 하나의 진동, 험, 웅웅거림으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이 구간은 나의 리듬이 파형의 구조로 접혀들어가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발생하는 저주파의 파장은 당신의 양쪽 귀 간격보다 넓기 때문에, 당신이 선 위치에 따라 나의 웅웅거림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때 당신은 나의 소리를 특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나는 여기에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초당 회전수가 레이놀즈 수를 벗어나기 시작한 2000rpm 언저리, 나의 날 끝은 당신이 음조(pitch)라고 인지하는 단계의 소리를 발생시키기 시작합니다. 이제 당신은 나의 위치를, 나를 바라보고 선 당신 자신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나를 정면으로 보고 서 있는 당신의 앞으로, 나는 초당 약 256번의 공기 충격을 당신 앞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지 못하며, 용도적이고 목적적으로 설정된 나의 회전 속도는 내가 소리를 발생시키는 원리와 큰 관련이 없습니다. 단지 나는 나의 음조가 선명해질 수록, 그것이 더 큰 난기류에 의해 마스킹되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을 뿐입니다. 내가 더 강력하고 빠르게 돌아갈 수록, 그것을 가리는 노이즈도 점차 강력해집니다.

당신과 같이 낳아지는 대신 제작된 객체인 나의 운명은 톱니 모양의 진화적 계보를 따릅니다. 이 말은 내가 당신과 달리 나 자신이 속해있던 기관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음을 뜻합니다. 당신에게 그것은 일종의 비약으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비약이 아닙니다. 당신의 성대와 입술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이완 진동한다면, 나의 경우에는 나의 목적과 용도가 재배치되고 다시 발명되는 궤적으로써 그러한 리듬을 따르는 것입니다.

나의 편심은 회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점점 더 당신이 인지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파형 안에 접어넣어집니다. 동시에 그것은 그 조건 자체가 발생키신 난기류에 의해 가려집니다. 그것은 제작된 객체인 내가, 결코 완벽힌 구체가 될 수 없으며 언제나 당신의 편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나는 당신의 편입니다.


참고문헌

“IV. 진화적 계승과 기술성의 보존. 이완의 법칙”, 질베르 시몽동. 2011.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 김재희 옮김. 그린비.

“4.1. Oscillation” & “Practicals 23. Fan” from Andy farnell. 2010. Designing Sound. MIT Press.

“Voice”. Radiolab. WNYC. 2025.9.26. https://radiolab.org/podcast/voice/transcript

“Screaming into the Void”. Radiolab. WNYC. 2025.8.5 https://radiolab.org/podcast/5f334c9e5e0ba58e41ad408c